영화 벨벳 골드마인: 지기 스타더스트와 글램 록의 흥망성쇠
오늘은 영화 <벨벳 골드마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이 영화 역시 눈과 귀가 쉴 틈 없이 즐거운 영화입니다. 뮤지컬 영화라고 하기에는 뮤지컬 영화 특유의(할 일 하다 말고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은 없지만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1970년대 영국 글램 록의 유행과 더불어 그 당시의 사회 문화적 현상까지 가감 없이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원래 데이비드 보위를 모티브로 제작되려던 영화였지만 그의 강력한 반발로 여러 부분이 수정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브라이언을 보자마자 데이비드 보위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연기와 노래 모두 뛰어난 배우인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이안 맥그리거와 크리스천 베일이 열연했습니다.
오늘의 포스팅에서는 영화 <벨벳 골드마인>의 줄거리를 알아보고 데이비드 보위와의 연관성과 70년대 사회상을 반영한 점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줄거리: 브라이언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브라이언 슬레이드는 1970년대 글램 록 최고의 스타입니다. 글리터를 잔뜩 얹은 진한 화장, 몸에 착 달라붙는 번쩍이는 의상과 굽 높은 부츠는 브라이언의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그는 여느때와 같이 무대 위에서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던 중에 의문의 총격을 당해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맙니다. 그의 팬들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큰 충격에 빠집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모두 자작극임이 밝혀지면서 그는 규탄의 대상이 됩니다. 이러한 백 스토리를 깔아 두고 영화는 10년 뒤의 아서 스튜어트를 보여줍니다. 아서는 10년 전에 브라이언의 엄청난 팬이었지만 지금은 신문사의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브라이언의 특집기사를 쓰기 위해 당시 브라이언과 관계가 있던 사람들을 만나러 다닙니다. 브라이언의 전 부인, 그와 콤비로 활동했던 커트 와일드를 만나며 미처 알지 못했던 브라이언의 진실을 알게 됩니다.
스타가 되기 전의 브라이언은 평범한 컨트리 가수였습니다. 어느 날 브라이언은 자신에게 야유를 보냈던 관객들이 열광하는 무대, 커트 와일드의 파격적인 무대를 보고 각성합니다. 이후 그는 파격적인 변신을 거듭하며 글램 록의 슈퍼스타로 자리매김 합니다. 브라이언은 약물과 술로 폐인이 된 커트 와일드를 다시금 활동하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러나 워낙 자유분방한 영혼인 커트에게 그 노력이 통할 리 없습니다. 인기도 페르소나로서의 삶에도 지쳐버린 브라이언은 자작극을 꾸며 세상에서 사라져 버립니다.
이 영화 전체를 가로지르는 중요한 복선이 있습니다. 초록색 보석이 박힌 펜던트가 중요한 장면마다 등장하는데요, 이 펜던트는 영화 초반에 UFO를 타고 내려온 오스카 와일드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이 펜던트는 오스카 와일드 - 잭 - 브라이언 - 커트 - 아서로 전해 내려오며 글램 록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벨벳 골드마인과 데이비드 보위
영화 <벨벳 골드마인>은 사실 당시 글램 록의 선두주자였던 데이비드 보위와 이기팝을 적절히 섞어 전기화 한 영화입니다. 영화 구석구석에서 데이빗 보위를 연상시키는 장치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난 해 우리나라에 불었던 '부캐바람'을 기억하실 겁니다. 유재석, 김신영같은 코미디언들이 제 2의 캐릭터를 만들어 마치 유재석과 김신영 본체가 아닌듯 활동을 했고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부캐의 원조가 바로 데이빗 보위입니다. 그는 지기스타더스트를 비롯해 많은 페르소나를 생성해 그 페르소나에 맞춰 구성한 무대와 음악으로 활동했습니다. 영화 속 브라이언도 마찬가지로 페르소나를 가지고 활동합니다. 컨트리 음악을 하는 브라이언과 글램 록을 하는 맥스웰 데몬이 있습니다. 자작극으로 맥스웰 데몬을 없애버린 뒤에는 대중들 몰래 또다른 페르소나로 활동하고 있었죠. 누가봐도 보위를 연상케 합니다.
데이빗 보위가 이 영화에 자신의 이미지와 노래를 사용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배우들이 보위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볼 수 없지만 이기 팝의 노래는 계속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다재다능한 배우들이 보여주는 70년대 사회상
이안 맥그리거는 이 영화를 찍으며 너무 고생한 나머지 다시는 음악영화를 찍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2년 뒤 다시금 뮤지컬 영화 <물랑루즈>로 돌아왔습니다.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역시 음악에는 일가견이 있는 배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어거스트 러시>에서도 직접 노래와 기타 연주를 선보였습니다.
당시 화려하고 퇴폐적이던 사회상을 영화에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70년대의 낭만을 느껴보고 싶은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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