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영화 아네트: 화려한 색채가 보여주는 질투와 광기의 노래

by 김뭉게구름 2022. 6. 15.

폭풍속에서 한 커플이 춤을 추고 있다

아네트: 화려한 색채가 보여주는 질투와 광기의 노래

영화 <아네트>는 프랑스 감독인 레오스 카락스 감독이 유일하게 영어로 제작한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영화로는 <Boy meets girl>이 있습니다.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Holy Motors>역시 좋은 영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프랑스 영화는 여운이 많이 남고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있어 가볍게 보기 힘들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네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화려한 색채와 음악을 즐기며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그 안에 숨겨진 상징적인 의미들을 파악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오늘의 포스팅에서는 영화 <아네트>의 줄거리와 영화의 색채와 마리오네트가 가진 의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줄거리: <아네트>의 이야기

LA에서 스탠딩 코미디를 하는 헨리 맥헨리는 특유의 냉소적인 코미디로 인기를 끕니다. 그는 어두운 극장에서 주로 자기비하와 남을 깎아내리는 코미디를 합니다. 역시 LA의 유명한 오페라 스타 앤은 어두운 무대 위에 있어도 늘 밝은 조명이 그녀를 따라다닙니다. 그녀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노래를 부릅니다. 이렇게 표면적으로만 봐도 많이 다른 둘이 사랑에 빠져 결혼합니다. 앤은 곧 딸을 출산하고 이름을 '아네트'로 짓습니다. 앤의 커리어는 승승장구합니다. 점점 더 많은 공연을 올리고 더 많은 사랑을 받습니다. 반면 헨리의 코미디쇼의 인기는 점점 하향곡선을 그립니다. 헨리의 내면에서는 아내를 향한 질투가 끓어오릅니다. 자꾸만 어긋나는 둘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부부와 딸 아네트는 요트 여행을 떠납니다. 폭풍우가 치는 밤, 헨리는 술에 잔뜩 취한 채 앤을 몰아세우다 앤이 요트 바깥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납니다. 헨리는 앤을 구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헨리와 딸 아네트만이 작은 섬에 도착해 살아남게 됩니다. 

집으로 돌아온 헨리는 아네트가 빛에 닿으면 노래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헨리는 앤과 함께 일했던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함께 아네트로 공연을 올려 돈을 벌 궁리를 합니다. 아네트는 세계적인 인기를 얻어 여기저기 투어를 다닙니다. 헨리의 아네트에 대한 집착과 광기는 아동학대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아네트와 지휘자의 관계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 두려웠던 헨리는 지휘자 역시 수영장에 빠뜨려버립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아네트는 전 세계 관중들이 집중한 '하이퍼 볼 하프타임 쇼'에서 헨리가 살인자라는 사실을 밝히고 헨리는 수감됩니다.

 

<아네트>의 색채 사용법

전체적으로 볼때 <아네트>는 주인공의 질투로 인한 잘못된 선택과 그로 인해 더욱 악화되는 관계, 그리고 전형적인 권선징악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세부적으로 한번 보겠습니다. 먼저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색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헨리 맥헨리는 영화 내내 녹색과 얽혀있습니다. 그는 쇼에 올라가기 전에 녹색 로브를 입고 있거나 그가 평소에 입는 의상에도 녹색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를 비추는 조명이나 배경이 녹색입니다. 녹색은 일반적으로 환경, 자연을 나타내는 색이지만 동시에 아주 인위적인 색깔이기도 합니다. 미디어에서 녹색을 다루는 방식을 떠올려 보면 금방 이해가 가실 겁니다. 미디어에서 독극물을 표현할 때 녹색으로 독성을 나타냅니다. 사회에서 배척당하는 괴생명체는 녹색입니다. 헐크나 마녀를 생각해보면 아실 수 있습니다. 영화 속 색깔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더 자세히 다뤄보기로 하고 다시 <아네트>로 돌아오겠습니다. 헨리의 질투와 욕망으로 점철된 내면을 초록색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질투는 인간이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자 또한 남과 스스로를 비교해 만들어낸 감정입니다. 반면에 앤을 표현하는 색깔은 붉은색입니다. 녹색과 정확히 대비를 이루는 색깔입니다. 그녀의 인생은 밝고 열정적입니다. 어두운 심연으로 점차 가라앉는 헨리와는 정 반대의 삶을 살다가 결국 헨리에 의해 희생당합니다.

 

<아네트>는 왜 마리오네트인가

눈치를 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아네트의 이름은 앤+마리오네트를 합친것입니다. 영화에서도 실제 아기를 배우로 쓰지 않고 나무로 만든 꼭두각시 인형을 아네트로 사용합니다. 부부가 나무 인형을 안고 다니거나 나무 인형을 재우는 장면은 보는 시각에 따라 기괴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영화에서는 일부러 이런 기괴한 느낌을 끌어내기 위해 진짜 사람 배우 대신 인형을 택했습니다. 아네트는 노래할 때를 빼고는 전혀 말을 하지 않습니다. 나무인형이기 때문에 표정 변화도 없습니다. 헨리나 지휘자에 의해 휙휙 끌려다니기까지 합니다. 사람 배우 대신 인형이 등장하는 건 인간으로서 대접받지 못하고 아버지에 의해 마치 마리오네트처럼 조종당하는 아네트의 삶을 보여주기에도 적절한 장치입니다.

영화 말미에서 아네트는 교도소에 수감된 헨리를 보러 옵니다. 용서를 비는 아버지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아네트는 비로소 사람이 됩니다. 아네트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드러내며 아버지를 용서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지금까지 인형이 연기하던 아네트를 아역배우가 나와 연기하는데 꾹꾹 눌러온 분노를 드러내는 장면이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이 장면은 관객들의 뇌리에 박혀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됩니다.

 

이 영화는 수많은 장치와 복선이 숨겨져 있습니다. 위에서 다룬 내용들 말고도 더 많은 내용들이 있지만 직접 영화를 보며 이 장면의 의미는 무엇일까 고민해 보시는 것도 영화를 보는 재미일듯 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