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스프레이: 말괄량이 소녀가 이뤄낸 혁명
제목을 참 거창하게 달아놨지만 이 영화는 밝고 유쾌합니다. 2007에 개봉한 영화 <헤어스프레이>는 늘 긍정적이고 명랑한 한 소녀가 TV에 출연해 사회적 인식을 바꾸어놓는다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는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는 인종차별을 철폐할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Body Positive로 대표되는 자기 몸 긍정주의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다소 무거워 보일 수 있는 주제를 유쾌하고 즐거운 어조로 다뤄 누구라도 쉽게 이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합니다. 볼거리와 들을 거리, 사회적 메시지까지 갖추고 있는 영화 <헤어스프레이>를 알아보겠습니다.
헤어스프레이를 뿌린 소녀의 반란
1960년대 초, 볼티모어에 살고있는 귀여운 소녀 트레이시는 또래 친구들보다 조금 큰 덩치를 가지고 있지만 기죽지 않고 당당합니다. 또한 그녀는 유명 TV쇼인 '코니 콜린스 쇼'의 팬입니다. 그녀는 친구 페니와 함께 쇼에 나오는 친구들의 춤과 노래를 따라 하며 언젠가는 자신도 그 무대에 서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트레이시는 '코니 콜린스 쇼'의 출연자를 뽑은 오디션에 참가해 넘치는 끼와 재능을 발휘해 쇼의 고정 출연진이 되는 데 성공합니다. 쇼의 여주인공 역할이었던 엠마는 트레이시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자 질투합니다. 트레이시가 엠버의 전 남자 친구였던 링크와 사귀게 되자 엠마의 질투는 극에 달합니다. 대대로 마르고 예쁜 백인 여학생이 우승하는 'Miss Auto show'에 트레이시와 엠버가 함께 출전하게 되며 둘의 갈등은 깊어집니다.
한편 트레이시는 미국에 뿌리깊게 박힌 인종차별 문제를 보게 됩니다. 자신이 백인이기 때문에 얻었던 혜택들을 깨닫고 부당하다고 여깁니다. 유색인종인 친구 시위드 남매와 그의 어머니 메이벨과 함께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시위를 계획합니다. 또 다른 사람들보다 덩치가 크고 뚱뚱하다는 이유로 알게 모르게 차별당했던 자신의 어머니에게도 다시 세상에 나설 용기를 북돋워줍니다. 이것은 스스로를 향한 다짐이기도 합니다.
'Miss Auto Show'당일 투표를 조작하려던 엠버의 어머니를 폭로하고 트레이시는 우승합니다. 인종에 구애받지 않은 모두가 쇼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영화는 끝납니다.
Body positive와 Love myself
얼마 전부터 한국에서는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슬로건이 유행이었습니다. 남들의 시선에 스스로를 맞추기 위한 노력을 그만두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자는 내용입니다. 머릿속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실천하기는 참 어려운 슬로건입니다. 영화 <헤어스프레이>의 트레이시는 또래 친구들보다 다소 뚱뚱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세상으로 나가 노래하고 춤추며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녀는 인형같이 마르고 예쁜 친구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사회의 문제를 꼬집고 있습니다. 그녀는 사회적으로 배척당하는 유색인종들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본인이 어떤 모습이라도 스스로를 사랑할 것을 말합니다. 왜 트레이시의 메시지가 더 강력한 힘을 갖는 걸까요? 그것은 바로 당사자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이 장애인을 위한 시위를 하는 것보다 장애인들이 자신들의 인권을 위한 시위를 하는 것이 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트레이시는 자신이,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와 친구들이 사회에서 배제당하는 아픔을 겪어왔기 때문에 더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 용기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습니다.
영화와 뮤지컬 <헤어스프레이>
영화 <헤어스프레이>는 1988년에 처음 영화로 만들어졌고 2002년에는 뮤지컬이 초연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뮤지컬을 원작으로 삼아 지금 우리가 이야기 하고있는 2007년의 영화 <헤어스프레이>가 탄생했습니다. 뮤지컬은 우리나라에서도 공연된 적이 있습니다. 다만 원작이 다루고 있는 인종차별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통하지 않은 소재였기 때문에 흥행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출연배우들의 역량은 뛰어났지만 우리나라 배우들이 흑인 분장을 하고 연기하는 것도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어색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다시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은 우리나라 무대에서 다시 보고 싶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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