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영화 숲속으로: 맥락없이 이어지는 지루한 동화

by 김뭉게구름 2022. 6. 11.

숲 속으로 (Into the woods): 맥락없이 이어지는 지루한 동화

영화 <숲속으로>는 <시카고>와 <메리 포핀스 리턴즈>를 연출한 롭 마샬 감독의 작품입니다. <시카고>가 워낙 작품성과 음악성을 다 잡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숲 속으로>역시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습니다. 또 조니 뎁, 메릴 스트립, 에밀리 블런트, 크리스 파인 같이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한 것도 기대에 한 몫했습니다. 영화의 흥행은 기대만큼 좋진 않았습니다만 브로드웨이가 좋아할 만한 전형적인 내용과 연기, 목소리를 담고 있어 한 번 볼만은 합니다.

오늘 리뷰에서는 영화 <숲속으로>의 줄거리와 메시지, 흥행실패의 원인을 알아보겠습니다.

 

<숲속으로> 줄거리: 원작에 충실한 동화와 반전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영화는 빨간모자, 신데렐라, 라푼젤, 잭과 콩나무의 주인공들이 모두 등장합니다. 당연히 각각의 이야기도 섞여있습니다. 빨간 모자의 주인공 빨간 모자와 신데렐라, 아이를 갖지 못하는 제빵사 부부와 잭은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숲 속으로 향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빨간 모자는 숲 속에 사는 할머니에게 가는 길입니다. 할머니에게 가져갈 빵을 우걱우걱 먹으며 숲으로 향합니다. 신데렐라는 장장 3일 동안 열리는 무도회에 가고 싶어 나무에게 소원을 빌러 숲으로 갑니다. 잭은 집에 한 마리 남은 흰 소를 팔러, 아이를 갖지 못한 부부는 마녀의 저주를 풀기 위해 빨간 망토, 흰 소, 반짝이는 구두를 찾으러 숲으로 갑니다. 영화의 절반 동안은 각 이야기가 제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원작 동화와 다르게 가는 부분들도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원작과 다르지 않습니다. 

문제는 영화의 나머지 절반입니다. 신데렐라와 결혼하기를 원하던 왕자는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버리고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거인의 아내가 지상 세계를 습격하러 내려옵니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입니다. 영화에 등장한 각자가 이 아비규환에 원인과 책임이 있습니다. 어찌저찌 힘을 합쳐 거인을 무찌르고 나서는 갑자기 이상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각자 숲 속으로 가며 빌었던 소원이(영화 초반에서 각 인물들이 소원을 빌며 부르는 노래가 있다.) 이 사태를 만들었으니 사소한 소원이라도 함부로 빌지 말고 조심하라'는 것입니다.

제빵사가 잭과 빨간모자, 신데렐라와 함께 살기로 결정하며 영화는 끝납니다.

 

원작과 현실 사이 그 어딘가에

아이들이 읽는 모든 동화들은 아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재편된 것입니다. 동화의 원작들은 아주 잔혹하고 끔찍한 내용이 많습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동화의 원작을 읽어보는 것이 유행이었을 정도로 자극적인 스토리라인을 자랑합니다. 영화 <숲 속으로>는 원작 동화의 어두운 부분을 겉으로 드러내며 일부러 강조하고 있습니다. 신데렐라의 언니들이 유리구두를 신기 위해 했던 일들, 라푼젤의 왕자가 가시에 눈이 찔리는 일 등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묘하게 현실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비단결 같은 라푼젤의 머리카락은 거칠고 푸석푸석합니다. 오랫동안 도르래처럼 마녀를 끌어올렸던 탓에 지저분하고 손상되어 있습니다. 빨간 모자는 애정결핍을 식욕으로 채웁니다. 할머니에게 주려고 준비한 빵을 무섭게 먹어치웁니다. 동화도 현실과 다를 바가 없고 심지어는 더 잔혹하기까지 하니 동화로 아이들에게 교훈을 준다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이것은 영화가 주는 또 다른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동화가 큰 교훈을 주지는 않는다.'

 

배우 낭비 음악 낭비

포스터를 보면 가운데 메릴 스트립 오른쪽으로 크게 늑대 분장을 한 조니 뎁의 얼굴이 박혀있습니다. 늑대 분장으로 알 수 있듯이 빨간 모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그 늑대입니다. 마치 조니 뎁이 꽤 중요한 역할로 나올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 초반 15분 안에 분량이 끝납니다. 빨간 모자를 유혹하기 위해 부르는 아주 매력적인 넘버 하나를 남긴 채 이후 장면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메릴 스트립 역시 뛰어난 연기를 선보입니다. 긴 손톱과 마구 헤쳐진 머리를 하고도 번뜩이는 눈으로, 혹은 다정한 눈빛을 보여주며 영화를 이끌어 나갑니다. 손드하임의 넘버들도 영화의 분위기를 만드는데 한몫합니다. 손드하임 특유의 기묘한 불협화음이 어두운 숲 속을 더욱 음산하게 만들어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이런 배우와 음악을 쓰면서도 맥락 없는 스토리로 인해 흥행에 실패하다니 아쉬울 뿐입니다.

1987년에 처음 뮤지컬로 공연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초연이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