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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리뷰] 틱틱붐: 그때는 서른이 끝인 줄 알았다

by 김뭉게구름 2022. 6. 20.

영화 틱틱붐 포스터, 주연 앤드류가필드가 한줄기 빛을 받으며 피아노를 치고있다.

틱틱붐: 그때는 서른이 끝인 줄 알았다

영화 <틱, 틱... 붐!>은 전세게적으로 유명한 뮤지컬 <렌트>의 작곡가인 조너선 라슨의 일생을 다룬 전기적 작품입니다. 영화 제목의 틱(Tick)은 초침이 째깍째깍 지나가는 소리, 붐(Boom)은 무언가가 폭발하는, 터지는 소리를 나타낸 의성어입니다. 그러니 제목은 시간이 흐르다 무언가 터져버리는 상황을 연상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영화 <틱틱붐>의 줄거리를 알아보고 조너선 라슨의 삶을 통해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뮤지컬계의 워크샵

줄거리를 알아보기 전에 뮤지컬계에서 '워크숍'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먼저 알아야 하겠습니다. 뮤지컬과 연극의 워크숍은 작가가 작품을 올리기 전에 각본과 음악을 제작자들에게 먼저 선보이는 자리를 말합니다. 제작이 결정된 작품의 워크숍에서는 주로 작품의 어느 부분이 수정되거나 작품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잡습니다. 제작자가 없는 워크샵, 즉 제작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작품의 워크샵에서는 이 작품을 보러온 제작자들이 제작을 할지 말지 결정합니다. 작품이 아무리 훌륭해도 선뜻 제작하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는 어려워집니다. 영화 <틱틱붐>에서 조너선이 준비하는 워크숍은 제작이 결정되지 않은 작품의 워크샵입니다. 조너선이 준비한 작품을 보고 제작을 하겠다는 제작자가 나와야 하는 상황입니다.

 

영화 틱틱붐의 이야기

8년간 자신의 뮤지컬을 준비해온 존은 이번 워크샵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워크샵은 그의 서른 번째 생일에 열리는데, 존은 이 워크숍이 자신이 성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의 절친은 예술계에서 손을 떼고 광고 회사에 들어가 많은 돈을 벌고 있고, 여자 친구는 다른 지역의 무용강사 자리를 제안받아 존에게 같이 가자고 말하지만 존은 그 어떤 것도 관심이 없습니다. 오로지 자신이 8년 동안 다듬어온 뮤지컬이 성공하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존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제작자들에게 전화를 걸고 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냅니다.  워크숍이 코앞인데 존의 작품은 아직 미완성입니다. 친구가 소개해준 일자리는 망쳤고, 여자 친구는 떠나버리고, 집에 전기마저 끊긴 상황에서 존은 어찌어찌 영감을 얻어 곡을 완성하고 워크숍을 올립니다.

워크숍에는 많은 제작자들이 왔고 무사히 끝납니다. 그러나 존은 그의 작품이 브로드웨이에 올리기에는 너무 예술성이 강하고, 오프 브로드웨이에 올리기에는 제작비가 너무 비싸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존은 "다음 작품을 더 잘 써봐라"는 말을 듣고 당황합니다. 이 뮤지컬을 만드는데 8년이 걸렸고 워크숍도 잘 마무리했는데 작품을 올릴 수가 없다니 허무합니다. 낙담한 존을 절친 마이클이 위로하지만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마이클은 자신이 HIV 양성임을 밝히며 존에게 너는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지 않으냐며 위로를 건넵니다. 존은 마이클과 즐거웠던 시간들, HIV로 자신의 곁을 떠난 친구들을 떠올리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습니다. 

존의 서른 번째 생일, 존은 유명 제작자인 스티브 손드하임의 메시지를 받습니다. 작품이 뛰어나니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라는 메시지에 존은 감동받습니다. 심기일전한 존의 다음 작품은 <틱틱붐>이고, 그다음 작품이 바로 그 유명한 <렌트>가 됩니다.

 

서른 즈음에

영화 초반 주인공 존은 서른 번째 생일 전에 반드시 성공하고 말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른 살이 마치 인생의 마지막이라도 되는 것처럼 강박에 가까운 집착을 보여줍니다. 지금의 관객들은 이 부분에서 많은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2020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서른 살은 그렇게 큰 숫자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평균 출산 연령과 수명은 점점 높아져만가고, 주변 서른 살들은 결혼한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지금의 서른 살은 20대의 연장같은 느낌입니다. 영화의 배경이 실제 조너선 라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1990년대에 어땠는지를 생각해보면 조금 이해가 갑니다. 90년대에 서른살은 이미 직장과 가정이 자리를 잡고 무언가 이루어 놓은 것이 있을 나이입니다. 조너선이 조바심을 갖는 것 역시 이해가 됩니다. 

무엇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서 서른을 맞은 조너선은 마치 2020년대를 사는 서른과 비슷합니다. 영화 <틱틱붐>은 취업도, 결혼도, 그렇다고 자아실현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2022년의 서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줍니다. 시간은 틱, 틱 흘러서 어느 순간 붐! 하고 터져버릴 것만 같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서른 그 이후에도 시간은 흐릅니다. 이 영화는 누구에게나 같은 양의 시간이 주어진 것이 아니니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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