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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리뷰] 신의 분노(La Ira de Dios): 신이 아닌 관객의 분노

by 김뭉게구름 2022. 6. 30.

신의 분노: 신이 아닌 관객의 분노

영화 <신의 분노>는 아르헨티나의 영화입니다. 영어 제목으로는 <The Wrath of God>, 스페인어 원제는 <La Ira de Dios>입니다. 아르헨티나의 유명 작가인 기예르모 마르티네스의 소설 <살인자의 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분위기의 스릴러 영화입니다. 2022년 6월 15일부터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리뷰에서는 영화 <신의 분노>의 줄거리, 국내 관객의 반응과 해외반응을 알아보겠습니다.

 

영화 신의 분노 줄거리: 누굴 위한 분노인가

루시아나는 작가가 불러주는 내용을 타이핑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입니다. 유명 작가 클로스터의 집으로 출근하며 클로스터의 아내와 어린 딸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루시아나를 보는 클로스터의 눈빛은 조금 다릅니다. 클로스터의 아내와 딸이 집을 비운 사이 클로스터는 루시아나에게 키스합니다. 루시아나는 클로스터를 밀어내고 가족들과 상의 끝에 클로스터를 성추행으로 고소합니다. 클로스터는 루시아나가 제안한 거액의 합의금에 순순히 동의합니다. 그는 원망의 눈빛으로 루시아나를 쏘아보다 자리를 뜹니다.

그날 이후로 루시아나의 집에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수영을 잘하는 남동생이 익사하거나 버섯 전문가인 아버지가 독버섯에 중독되어 사망합니다. 루시아나는 이 모든 일이 고소에 앙심을 품은 클로스터가 벌인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습니다. 루시아나와 예전에 함께 일했던 에스테반(지금은 지역 신문기자인)만이 관심을 가집니다. 

알고보니 클로스터가 성추행으로 고소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클로스터의 아내와 딸이 잘못된 선택을 해버렸습니다. 클로스터는 루시아나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계획해 루시아나의 가족을 한 명 한 명 없애나 갔던 것입니다. 루시아나가 사라지면 마지막 남은 여동생 발렌티나는 건드리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루시아나마저 스스로 세상을 떠나게 합니다. 그러나 루시아나가 세상을 떠나고 클로스터는 발렌티나와 살림을 차립니다.

 

관객의 분노

이 영화를 보고나면 관객들이 제일 먼저 느끼는 감정은 도대체 어느 부분이 "신"의 분노인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가족이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 것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지만 처음에 루시아나를 성추행하지 않았더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자신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가지고 치졸한 복수를 계획하면서 신의 이름까지 빌어와 "신의 분노"라고 말하는 점은 오만하기 짝이 없습니다. 관객들은 사건이 진행되면서 더욱 의문을 가집니다.

"도대체 뭐가 저렇게 당당하지?" 

작가 클로스터는 성추행 추문에 대해 루시아나가 먼저 자신을 유혹했다고 주장합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알겠지만 루시아나는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이나 많은 남자를 유혹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내내 그녀의 몸매를 탐닉하고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것은 클로스터입니다. 루시아나가 클로스터를 성추행으로 고소하고 합의에 이르고 클로스터가 복수를 다짐하는 이 과정은 현대 사회에서도 무수히 일어나는 흔한 성추행 사건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기시감에 불쾌함을 느끼게 됩니다.

아내와 딸을 잃은 나이 많은 작가가 자신의 딸뻘인 루시아나의 여동생과 살게되는 것도 이 영화의 분노 요소 중 하나입니다. 관객들은 마지막 장면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마치 감독과 배우가 "이만하면 됐어"하며 영화를 급하게 끝내버린 느낌입니다. 이 영화는 권선징악도 없고 신의 분노도 없습니다. 남은 것은 관객의 분노뿐입니다.

 

해외반응

영화 <신의 분노>는 시간순으로 흐르지 않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오가기 때문에 관객들의 높은 집중력을 필요로 합니다. 대부분의 스릴러 영화들이 자연스럽게 관객의 집중력을 끌어올렸던 것과 달리 <신의 분노>는 장면을 이해하기 위해 관객들이 억지로 집중하는데 힘을 쓰게 만듭니다.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해외에서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좋은 스릴러 영화가 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게으르게 영화를 만들었다는 평이 있습니다. "지루하다", "뒤죽박죽이다"라는 평들 사이에서 영화의 색감이 좋다는 호평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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